원래 보고 싶었던 영화였었는데, 두 연속 놈놈놈을 보게 되는 바람에 미뤄뒀다가 오늘 보게 됐다.

먼저 말씀드리지만 스포일러 많고, 상당히 편향된 시각으로 영화감상을 쓰게 될 것 같으니까 마음의 준비(?)가 안 되신 분들은 살포시 End나 뒤로를 눌러주시길 :)




이준익 감독의 영화라 원래 기대가 조금 있긴 했었다. 영화가 볼만하긴 하겠구나 하고. 왕의 남자를 꽤 인상 깊게 봤기 때문에..


선전에 나온 화면들을 보았을 때 처음 든 생각은 군대를 찾아다니는 위문공연의 분위기가 의외로 밝구나, 라는 것과 엄태웅이 나왔으니 연기력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구나..였다. 물론 나중에 보니까 엄태웅은 <특별출연>이었고 위문공연의 분위기도 살짝은 껄적지근(..)한 그런 분위기였지만...


같이 본 분이 여성주의 쪽 분이다보니, 전체적인 시각도 그 쪽으로 기울어져서... 영화 내내 나오는 군대 위문공연 특유의 성적 편향은 좀 지나치게 눈에 띄었다. 물론 전쟁이라는 특성상 인간의 본능적 면들이 훨씬 더 많이 자극되는 상황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, 시대적 상황이 지금으로부터 수십년 전이라 더더욱 그랬을 것을 알고 있지만.... 그리고 처음에 '여자는 결혼하면 출가외인' 상황과 '여편네가 얼마나 싫으면 베트남 파병을 지원하느냐' 의 압박...

평소라면 그냥 그렇겠거니 하고 지나갔을 내용이었는데 오늘은 조금.. 그랬다. ㅠㅠ

그리고 마지막에 미군 장교 방에 순이 혼자 남는 장면...에서는, 꼭 저렇게까지 해서 남편을 찾아야 하나, 하는 생각이 드는 게... 여태까지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악으로라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었는지, 아니면 오갈 데 없는데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에서였는지(이건 좀 아닌 것 같지만)....

음...


전쟁 중에 강인한 모습도 보여주는 순이의 모습에 밴드 남자분들의 시선이 달라지는 건(특히 정경호..) 약간.. 갑작스럽다고 느끼기도 했다.


하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흐르는 김추자 노래는 참 좋았고.. 역시나 엄태웅의 연기는 수준급이어서, 전쟁 중 광기에 물들어 베트남 군을 죽이는 장면이라든지, 마지막 전우가 죽을 때 반 미친 것처럼 총을 난사하고 끝에는 순이를 만나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 같은 건 정말 감명깊었다.

사실 영화에서 가장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 건 이거였다. 전쟁의 광기.

와이낫 밴드의 방황이 펼쳐지는 도중도중에 나오는 고립된 부대의 생존 사투... 원래 반전주의 쪽이었지만 오늘만큼 전쟁이 싫어진 적이 없는 것 같다. 같은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, 정이 있는 사람들을 무정하게 죽이고,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이- 왜 그래야 하는지.. 왜 아파야 하는지...


근데 보통.. 영화 아무생각 없이 보는데 오늘 너무 깊게 생각하면서 봤나봐.. 지금까지 마음이 답답하네.. -0- 좀 졸려서 감상도 횡설수설..